전도: 관계의 유통

“관계의 유통.” 이미 누가 한 말인지, 어떤 이론에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뜬금없이 “관계를 유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전도가 결국은 관계를 유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도를 간단히 말해 “내가 믿는 하나님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다시 말하자면 “나와 하나님과의 특별한 ‘관계’를 소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우리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소위 ‘소셜 네트워킹’이란 걸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오프라인에서 일면식이 있는 분들과 친구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제가 누군가에게 친구신청을 한다는 것은 제가 그 누군가와 과거의 어디에선가 엮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물론 그런 전제가 없어도 제가 친구하면 좋겠다 싶은 분들에게도 신청할 때도 있지만 그건 10퍼센트도 채 안 됩니다. 반면 제게 친구신청을 해오는 분들은 제가 친구신청을 하는 방식과는 다를 경우가 많습니다. 즉, 제가 A와 친구인데 제게 친구신청을 해오시는 B라는 분이 A의 또 다른 친구이기 때문에 제가 ‘함께 아는 친구’로 동일하게 분류됨으로 인해 페북의 권유(?)에 의해 친구신청을 해오시는 것이겠지요. 이럴 경우 저는 B가 어떤 분인지 잠시 살펴보고 B가 저와의 교집합이 있는 경우에만 친구수락을 합니다(그러니 이때 정보공개를 ‘친구만’으로 해놓으신 분들은 거의 저와 친구가 될 확률은 없습니다). 아무튼 이때 저와 친구인 A는 저와의 관계를 B에게 유통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물론 의도하지 않았겠지만서두요. 아울러 페북에는 보다 의도적으로, 또한 적극적으로 친구관계를 유통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직접 저와 각각의 친구인 A와 B를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추천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제가 가진 기준을 적용하여 A와 B가 교집합이 있을 시에만 추천하는 편입니다.

다시 ‘전도’라는 주제로 돌아와서… 전도가 ‘관계의 유통’이라고 간주할 때,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즉, 전도가 잘 되려면 기존의 나와 하나님과의 특별한 관계가 보다 건강하고 올바르게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관계가 유통될 때 그 관계를 유통받은 사람은 자신에게 유통된 그 관계, 즉 특정한 한 사람과 하나님과의 특별한 관계를 하나의 샘플유형으로 볼 테니까 말입니다. 물론 하나님과의 관계가 전기나 화학물질처럼 사람마다 일정한 유사성을 가질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개인사나 성격, 취향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님과의 관계는 개인마다 모두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관계를 유통하는 이가 갖고 있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기복주의적이거나 세속주의적이라면 과연 어떻겠습니까? 결국 우리는 ‘복음’을 파는 세일즈맨이 아니라 ‘신앙(이 말 자체가 관계적이지 않습니까?)’을 유통하는 보편교회(universal church)의 일원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유통’을 한번 생각해보면… 일반적으로 경제활동에 있어서의 ‘유통’은 그 가운데 발생하는 마진(margin, 중간이윤)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무언가를 유통시킨다고 했을 때, 그로 인해 나에게 떨어지는 무언가가 있어야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전도를 관계를 유통하는 것으로 볼 때, 그 가운데 생길 수 있는 마진은 무엇일까요? 마진을 꼭 남겨야할까요? 제 작은 생각으로 볼 때, 굳이 마진을 따져야한다면 그것은 물려받을 재산을 미리 땡겨서 집을 나갔다가 다 해먹고 빈털털이로 돌아왔던 아들에게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고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아 사람들과 함께 기뻐했던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 싶네요. 결국 그것은 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을 때에야 가질 수 있는 마음일 것입니다. 관계를 유통해서 개인적인 만족을 그 마진으로 삼는다면, 바꿔 말해 전도 많이 했다고 사람들로부터 받는 인정받고, 부러움사서 그것으로 뿌듯해한다면, 다단계판매사원으로서 하위판매원을 많이 거느린 사람이 갖게 될 만족감과 뭐가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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